"대중·공유교통은 위축, 승용차 이용 증가"...교통학자가 진단한 '포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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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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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교통학회 코로나 좌담회 단독 취재]
지난 2월말 코로나 확산으로 대합실이 서울역. [뉴스1]
'코로나의 맹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창궐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KTX, 고속버스 같은 장거리 대중교통수단은 한때 초토화될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코로나 19의 확산 세가 주춤하면서 감소했던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곤 있지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거란 얘기도 나온다.

반면 승용차 통행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고 한다. 고속도로 통행량 역시 예년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부에선 코로나 19가 바꿔놓고 있는 우리 교통체계의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도래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우리 교통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시간과 재원을 집중했던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코로나 19 탓에 방향 전환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포스트 코로나 좌담회.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교통 관련 전문가ㆍ전공자 학술단체인 대한교통학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통변화 전망 및 대응방안 좌담회'를 26일 개최했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사회로 정진혁 연세대 교수, 유정훈 아주대 교수,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차동득 대한교통학회 교통연구소장이 참가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시곤 회장이 던진 공통 질문에 전문가들이 각자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학회 회원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답변요지. (현장에서 밝힌 견해와 사전에 서면으로 준비한 답변 내용을 묶어서 정리했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

Q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선 실생활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한상진 선임연구위원
A :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 사이의 대면접촉이 꼭 필요한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고, 사회와 개인은 기존에 갖고 있던 직장·학교·친교 활동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회사에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고, 교육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친교 활동은 가급적 줄이는 상황이다. 반면 쇼핑을 직접 하는 대신 식재료, 음식 등의 온라인 주문과 배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온라인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강승필 교수
A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할 것이다. 즉 재택근무가 늘고, 식음료 등 생필품의 배달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온라인 회의와 강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제공되면서 모바일을 활용한 새로운 온라인 회의시스템의 개발도 예상된다. 물론 재택가능 업무와 출근이 필요한 업무의 차이가 더 뚜렷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과 회계서비스업 등은 재택근무로 전환됐지만, 호텔이나 요식업에선 종업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보면 소득균형의 파괴와 불균형이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정훈 교수
A : 코로나 위기는 세계대전 이상의 압도적 힘으로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그 이전의 논쟁과 논란을 잠재우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후에는 그 이전 질서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코로나 19에 따른 비대면, 비접촉,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재택근무, 비대면 의료, 화상교육 등이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굳어진다면 도심 업무 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고,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이 위축되고, 숙박·모빌리티 등 공유경제산업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또 소득 양극화에 따른 공간 소비 격차도 확대될 것 같다.

▶차동득 소장
A : 사회적 모임의 축소와 화상회의 및 온라인 활동의 강화로 사람 간의 접촉과 통행이 감소하는 반면 온라인 쇼핑과 배달의 증가 등으로 인해 화물통행은 점차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이원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생산성과 생산량이 하락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방식의 변화와 물류기술의 개선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리라 기대한다.
정진혁 연세대 교수.

▶정진혁 교수
A : 코로나 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실생활이 거시적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는 예상할 수 있겠지만, 미시적인 변화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서 예측이 어렵다. 특히 거주의 문제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현재까지 가진 주거 형태와 주거 위치 결정문제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이 바뀔 수 있다. 직장과 주거를 최대한 가깝게 해서 통행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도시구조가 바뀌고 교통 인프라 계획도 달라져야 한다. 또 도시계획에서 기존에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중요한 가치였다면 앞으로는 안전성이 더 강조될 것이다.


Q :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통패턴은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한상진 위원
A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불요불급한 업무통행이 감소하면서 장거리 통행량이 줄어드는 요인이 있지만,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여행객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도 예상할 수 있다. 또 온라인 쇼핑의 확대도 장거리 화물 통행량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도시 내부의 단거리 통행에서 나타날 것 같다.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집 근처 공원이나 상점을 찾는 보행통행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중장거리 통행에선 감염 위험성을 우려해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럴 경우 도로 혼잡의 강도와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다른 사람과 접촉이 최소화되면서도 이동이 편리한 전동킥보드 같은 소형이동수단(PM,Personal Mobility)이나 자전거가 상당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

▶유정훈 교수
A : 장거리 교통의 통행량과 교통수단에 변화가 예상된다. 전반적인 빈도는 감소하고,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차내 밀도가 낮은 고급서비스 수단을 선호할 것 같다. 결국 장거리 통행에 있어서 소득에 따른 통행 질(편리성, 쾌적성, 안전성)의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단거리 교통의 경우 장거리에 비해 교통수단 내 노출 시간과 강도가 약하고, 주로 통근·통학 같은 필수적인 통행이 많기 때문에 장거리 교통보다 통행량 변화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고소득층의 대중교통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승용차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되고, 저소득층은 불안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타게 되는 등 사회 계급적 갈등도 증대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정진혁 교수
A : 1990년 이후 수도권 교통량을 분석해보면 2개 연도에만 교통량이 감소한 걸 발견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교통은 경제활동 참여로부터 유발되는 결과물이라는 교과서적 얘기를 입증하는 사례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동안 여러 방법을 써도 해결이 안 되던 첨두시간대의 교통량과 수요가 분산되는 현상이 생겼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의 영향이다. 앞으로도 대중교통 수요는 감소할 것이다. 장보기, 의료 등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활동 역시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여가활동을 위한 레저통행은 기존에 실내에서 운영되던 활동이 대부분 실외로 전환되면서 형태가 많이 바뀔 것 같다.

▶차동득 소장
A : 버스나 열차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므로, 승용차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 교통수단 선호현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장거리 통행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할 것 같다. 비대면, 온라인 강화 등으로 전체적인 교통량은 줄어들겠지만, 승용차 통행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통행 거리가 짧은 도시교통에서도 개인교통수단 선호는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또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피할 때는 상대적으로 혼잡도가 낮은 수단을 찾게 될 것 같다.
차동득 교통연구소장.

▶강승필 교수
A : 단거리 통행에선 자율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교통수단의 이용은 늘어나는 반면 대중교통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장거리 통행에서는 고속철과 항공기 등 고속화된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 같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수단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승객이 급감했던 고속철의 경우 최근에는 수요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


Q :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교통정책이 필요한가?

▶차동득 소장
A : 코로나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수단이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다.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줄어든 대중교통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승객들이 안심하게 탈 수 있도록 방역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운영자 입장에서 차량 내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이를 감독하는 체제도 중요하다. 또 대중교통 혼잡도를 최대한 낮추는 정책도 요구된다. 중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될 승용차 교통량을 어떻게 분산하고, 관리하느냐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직장과 집을 최대한 가까이 위치시키는 '직장·주거 근접' 정책을 펴야 한다. 단시간 이동만으로도 업무활동이 가능토록 도시관리 정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진혁 교수
A :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공유경제와 대중교통 역할 쇠락, 자율자동차나 대중교통 고급화 요구, PM의 역할 증대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앞으로 장거리와 단거리 통행을 나눠서 교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단거리 교통은 직주근접과 저비용, 접근성 향상, 그리고 PM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제화와 시설물 계획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장거리 교통은 고비용이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고, 빠른 교통수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중교통 서비스를 바라보는 기준과 목표도 시대의 변화상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강승필 교수
A : 우선 코로나 사태가 단기적 현상으로서 그칠 경우와 장기적,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를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 사태가 일과성으로 진정된다면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버스와 항공산업 등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분야의 피해회복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전방위적인 국가 경제의 구조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교통정책도 구조적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모든 교통시스템은 검역과 방역을 기본으로 이뤄져야 하고, 승객도 그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아울러 교통 및 수송분야 인프라도 비대면 강화를 위해서 지능화할 필요가 있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상진 위원
A : 승용차 이용은 전염병엔 강할 수 있지만 도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중교통 부분의 변화와 PM,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차량 중심인 도로 공간을 재구조화해 차와 자전거, PM, 보행자가 같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 인도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도폭을 충분히 넓히고, 보행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대중교통도 민간에만 맡기기보다는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참여로 공영화하거나 민관합작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유정훈 교수
A : 공유 차량의 쇠락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지만, 승용차 기준으로 2~4명까지는 마스크 착용, 수시 환기 등 위생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가능하므로 나 홀로 차량을 카풀 등 공유 차량으로 유도하는 활성화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공유 차량은 위생관리만 강화되면 버스나 지하철보다 훨씬 안전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 대중교통에 대한 안전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반복적으로 유사한 재난이 온다고 보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금마련이 절실하다. 대중교통업계의 어려움에 긴급히 대처할 수 있는 '대중교통기금'을 설립해야 한다.

글·사진=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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